PROFILE
외관
창백한 안색과 어깨에 걸친 두꺼운 남색 장코트, 몸에 딱 맞는 교복은 나름 얌전한 인상을 심어줄 법도 하지만 여기저기 삐친 머리에 얹어진 고글, 눈동자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활짝 웃는 낯에는 장난기가 가득하고 웃다가 드러나는 뾰족한 이는 위협적이기까지 하다. 아카리의 웃음은 어쩐지 불길한 예감이 든다. 그러다 실눈 너머의 녹색 눈동자를 마주치기라도 하면… 귀찮은 일이 생기기 전에 도망치자.
성격
[호기심이 과연 고양이를 죽일까?/ 야비한 동아리장/ 거만한 누나]
“아카리한테 걸렸어? 저 녀석 운이 나쁘게 됐네.” 지나가는 말로 심심찮게 들을 수 있는 말이다.
아카리는 궁금한 걸 참지 않는다. 누군가 실연을 당했다면 지구 끝까지 따라가 고글을 척, 하고 쓴 뒤 서로의 인과관계와 러브레터의 내용과 거절의 말까지 전부 파헤친 뒤에 원인과 이유를 분석하고는 이미 당사자도 알고 있을 결론을 꼭꼭 말해주는 것이다. “그러니까-… 여자애는 너의 존재도 몰랐는데 고백받아서 당황한 거라고?” 여기까지 하면 조금만 나빴을 것을 그다음에 또 입을열어 “그러니까-. 다음엔 옆에서 간식이라도 사 들고 기웃대란 말이지.” 하며 무책임한 해결책 또한 제시해주는
얄미운 선배이자 동급생. 아카리는 제 해답이 틀렸대도 개의치 않는다. 정답이 아닌 이유 하나가 밝혀졌을 뿐이니. 당한 사람만 속 터지는 일이다. 심지어
장난기는 왜 이렇게 많은지. 주는 해결책이 진심인지, 장난인지 알아차리는 것도 불쌍하게 잡혀버린 이의 몫이다.
소지품 중 분리가 되는 소지품이 있다면 조심하자. 특히 악기. 소리가 나는 구조가 궁금하다며 잠깐 열어본답시고 눈앞에서 나사 하나하나 분리하는 행위를 일삼기도 하는 작자이니. 하지만 당연히 재조립도 해준다. 성공 확률은 80%에 육박한다고.
게다가 거만하다. 저 배려 없는 고민상담에 누군가 이의라도 제기한다면 저는 확실한 해결책을 제시해 주었는데 무엇이 문제인가! 하며 뻗댈 인물. 다른 이의 물건을 분해했지만, 다시 나사를 감아 되돌려주지 않았는가. 실로 다정한 처사이거늘. 하는 태도로 거만하게 구는 아카리는 허망하게도 더 큰 권력 앞에 쉽게 숙여진다. 그렇다. 저가
잡탕 연구부 부장이라는 지위를 이용하면서 제가 대항할 수 없는 선생님과 선도부 앞에서 순한 양이 되어버리는
실로 야비한 인물이 아닐 수 없다.
만약 아카리의 가증스러운 면모를 보고 싶다면 선생님 앞에서 대화하자. 선생님이나 선도가 있는 한 아카리는 얌전한 아가씨일 뿐이다.
“어머, 왜 그러시나요, 안색이 좋지 않은데 보건실은 저쪽이랍니다.” 물론 선생님이 가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안짱다리로 서서는
“이제 손에 든 악기 내놔.” 하고 남의 물건을 탐낼 인물이지만… 완고한 거절에는 당해낼 수 없다. 이유는 단순하게도 뺏을 순발력이나 체력따위 없기 때문이다. 심지어 붙잡힌 순간 빠르게 달려간다면 아카리의
저주받은 체력 덕분에 쉽게 따돌릴 수 있다. 물론. 아카리는 다음을 기약하겠지만 말이다.
기계 연구부 부장이라는 권력을 내세우며 폭정을 일삼는 아카리도 하나 다행인 점이 있다면,
아카리는 남을 부려 먹지 않는다. 명령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어리숙하게 굴수록 이용해먹기는 커녕 챙겨주기 바쁘다.(물론, 딸꾹질을 100번 하면 죽는 것 알고있냐며 장난을 칠지언정 누군가를 시켜 물을떠오라는 명령은 내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제 머리는 까치집만큼 헝클어져 있으면서 남의 머리 하나는 깔끔하게 넘겨줄 수 있는, 강압적이지만 다정한
누나 같은 면모를 보인다.